생명이 있는 것에는 반드시 죽음이 찾아온다. 예외는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예외는 있었다.
토벌 부대는 나를 남겨놓고 전멸했다. 지금, 눈앞에 있는 한 사내에 의해서 말이다.
그 사내는, 칼에 맞건 창에 찔리건 죽지 않았다. 화살에 맞아도 똑같았다. 이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을 눈앞에서 맞닥뜨렸을 때, 의심 따위는 단숨에 날아가 버렸다. 우리들 인간과는 닮은 듯 다른 자. 죄 없는 사람들을 덮치고, 그 피를 빨아 마시는 흡혈 괴물이다. 저 녀석은 피투성이가 되어가면서, 내 동료들을 전부 죽여갔다. 토벌부대에 의해 베인 상처는, 이미 아물어 있었다. 마치 상처 따위, 처음부터 거기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동료들의 죽음은 개죽음이 되어버렸다. 이것이 불사의 괴물을 상대한 대가인가. 하지만 나에게는 하나의 승산이 있었다. 죽지 않는 상대를 죽이기 위한 방법 말이다.
괴물은, 마지막으로 남은 나를 죽이기 위해 뒤를 쫓고 있었다. 밤의 숲을 전속력으로 달리며, 나는 어느 장소로 향하고 있었다. 그곳에 당도할 수만 있다면, 나는 너를 죽일 수 있어. 자, 와라. 설령 같이 죽게 된다 하더라도, 동료들의 원수는 반드시 갚아주마. 숲을 빠져나와 겨우 절벽에 당도했지만, 기진맥진하여 이 이상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었다. 거기에 그 녀석이 다가왔다. 불사의 괴물. 슬쩍 보자, 어디에나 있을 법한 시원찮은 사내였다.
"왜 저를 내버려 두질 않는 거죠?" 괴물은 그렇게 말하고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슬퍼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때 나는, 말 못할 죄악감에 휩싸였다.
어쩌면, 이 괴물은 누구와도 얽히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려고 했을지도 몰라. 토벌 부대가 위해를 가하고 궁지로 몰아넣지 않았더라면, 이 괴물은 아무도 안 죽이지 않았을까. 그 눈동자에는 깊은 절망감이 서려 있는 듯했다. 우리에게 정의는 없는 걸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이 죄악감을 눌러 죽이는 수밖에 없었다. 괴물은 나를 죽이려 하고 있다. 아마도, 자신의 평온을 취하기 위해서. 나는 얼마 남지 않은 힘을 쥐어짜서, 괴물과 함께 그대로 절벽 아래의 샘으로 뛰어내렸다.
이상한 악취가 자욱했다. 토벌 부대가 사전에 샘의 물을 빼내고, 거기에 기름을 채워 넣은 탓이었다. 끈적한 기름의 수면이 몸에 휘감겨오는 것을 느꼈다.
나는 착화 장치가 있는 물가까지, 발버둥 치며 필사적으로 헤엄쳤다. 이상하게도 괴물은 쫓아오지 않았다. 착화 장치에 손을 대자, 준비해둔 횃불에서 도화선까지 불이 이동하고, 기름샘을 단숨에 불의 샘으로 바꿨다. 화염의 빛이 밤의 숲을 붉게 물들였다.
돌아보자, 괴물의 전신이 불에 휩싸여있었다. 아무리 불로불사라 할지라도, 재가 되기까지 태운다면 살 수 있을 리가 없다. 녀석의 피부가 타들어 가는 게, 물가에 있는 나에게도 느껴졌다. 요동치는 불 속에서, 괴물은 고통에 괴로워하지도 않고, 그저 낙담한 듯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등골에 서늘해졌다. 어느 예감이 머릿속을 스쳤기 때문이다. 이 괴물은 불태워도 죽일 수 없어—―― 그런 예감이다. 화염에 의해 생긴 상승기류가, 재를 하늘에 흩날리고 있었다. 괴물의 몸에서 올라간 것이다. 불사의 재. 그 재는 내 몸에도 내려앉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재를 흡입했을지도 모른다. 몸 안이 뜨거워졌다. 마치 괴물을 태운 업화가, 자신 안으로 옮겨붙은 것 같았다. 몸 안쪽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다. 괴물의 재가, 내 안에서 소생을 시험해보고 있는 듯한 감각이었다. 의식이 멀어져 갔다.
다음 순간, 나는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떴을 때, 나는 이상한 갈증을 느꼈다.
마치 말라비틀어진 땅과 같이 목이 말랐다. 물을 마시고 싶어......아니, 이 갈증을 물로 채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피다. 이 갈증을 채울 수 있는 건 피 밖에 없어. 피를 갈구하며, 나는 마을로 돌아갔다. 마을에는 계절과 어긋난 눈이 내려 있었다. 나는, 바로 그것이 눈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건 재였다. 마을은 재로 뒤덮여 있었다. 괴물을 태운 재가 바람에 날려, 마을까지 뒤덮은 것이다. 거기서 본 광경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것이었다. 사람이 사람을 습격하고 있어....... 나와 똑같이, 목의 갈증을 채우기 위해. 혼미한 의식 속에서, 나는 필사적으로 피를 갈구하고 있었다. 피를......피를.......피를......피를 줘......이 타는 듯한 목의 갈증을 적시기 위해서는.......피가 필요해......
정신을 차리자 내 입 주변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눈앞에는, 아내가 쓰러져 있었다. 나는 피를 원하며, 자기 부인의 피를 마신 것이다. 나는 무언가의 감정이 끓어오르는 일도 없이, 아내의 시체를 안아 일으켜, 그 목덜미에 한 번 더 이를 찔러 넣었다. 목을 통해서, 기분 좋은 따뜻함이 체내로 들어왔다. 이제 나는 사람이 아니게 되었다. 사람의 피를 빠는 괴물. 불의 샘에서 재가 된 그 괴물처럼, 나도 괴물이 된 것이다. 재는 그 후로 꼬박 7일간, 세계에 내렸다.
재가 그친 후, 세계는 일변해있었다.
피를......피를......이 갈증을 채울 피를.......
세계는, 사람의 피를 빠는 괴물이 여기저기 날뛰고 있는 지옥으로 변해있었다. 재가, 세계를 다른 형태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건 나 때문이다. 내가 그 괴물을 태워버렸기 때문이야.
—――이 상황을 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서, 나는 다시 그 샘으로 향했다. 그 녀석을 조사해보면, 괴물이 된 사람들을 치료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기름으로 채워진 샘은, 아직도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불 속에는, 대부분이 검게 타버린 괴물의 잔해 같은 것이 남아 있었다. 불길이 잦아들길 기다린 후, 나는 괴물의 잔해를 조사해보기로 했다.
잔해—――
확실히 그렇게밖에는 형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마치 살아있는 듯이 움찔움찔 꿈틀거리고 있었다. 머지않아 그것은 사람의 모습을 갖추고, 마치 잠에서 깨어난 마냥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거기에는 그 시원찮은 사내가 있었다. 절망을 눈동자에 머금은, 그 사내다. 내 눈에는, 그 광경이 마치 신의 탄생인 것처럼 성스러운 광경으로 비쳤다.
생명이 있는 것에는 반드시 죽음이 찾아온다. 예외는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예외는 있었다.
우리는 머지않아 《흡혈종》이라고 불리며, 《인간종》과 적대하게 된다.
세계가 재로 덮인 그날, 우리의 종은 둘로 나뉜 것이다. 우리들 《흡혈종》은, 단 한 명의 사내에게서 시작되었다.
우리들의 신. 시작의 흡혈종.
영원을 살아가는, TRUE OF VAMP다.
TRUMP 불로불사의 존재. 영원히 꺼지지 않는 생명을 가진 자. TRUE OF VAMP, 시작의 흡혈종, 진짜 흡혈종, 등등으로 불린다. 인간의 아종인 흡혈종은, 단 한 명의 사내에게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일찍이, 많은 흡혈종이 TRUMP에 의해서 불사의 힘을 얻었다는 전설이 남아 있다. 하지만, 어느 때를 경계로 불사의 흡혈종은 지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TRUMP만이 유일하게, 영원한 생을 가졌다고 한다. TRUMP의 감시 조식인 《블러드 기관》 설립 후에는 그 실재가 감춰져, 극히 일부의 사람이 알 뿐이었다. 흡혈종과 인간종 사이에는, 영원한 생명을 가진 TRUMP를 신으로서 신앙하는 자들이 있다. TRUMP를 신앙 대상으로 한 《원초 신앙》은, 혈맹법에 의해 금지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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