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c 54
-
면모와 손 feat.마리골드 아사히나 마레 키득키득 소곤소곤 소녀들의 소근거림이 복도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 “저기, 저 아이 담피르지?” “저 아이라니?” “얼마 전 클랜에 온 마리골드라는 애 말이야! 가까이 다가가지 마, 시궁쥐의 냄새가 나니까!” 비밀 이야기인 듯 하면서도 명백하게 본인의 귀에도 들려오는 큰 목소리로, 그녀들은 혐오를 입에 담았다. ———담피르. 또는, 잡종. 흡혈종과 인간종 사이에 태어난 아이는 그렇게 불리며, 어느 종에게서도 동족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담피르는 시궁쥐의 냄새가 난다' 라는 건 순혈 흡혈종들이 자주 입에 담는 험담이지만, 정말 그런 냄새가 나는 건지 마리골드에겐 알 수도 없었고 어찌 되든 좋은 일이었다. 마리골드는 들어 보라는 듯 쏟아지는 혐오를 안 들리는 ..
-
그녀는 거짓을 안다feat.스노우 ———칸라 치우메 스노우는 거짓을 알 수 있었다. 그건 어떤 때는 소리로. 그건 어떤 때는 색으로. 그건 어떤 때는 형태로. 그건 어떤 때는 물결로. 그건 어떤 때는 냄새로. 그건 어떤 때는 온도로. 그건 어떤 때는 기척으로. 그건 어떤 때는 예감으로. 거짓. 거짓. 거짓. 거짓. 거짓. 거짓. 거짓. 거짓. 거짓. 거짓투성이. 이 세상은 거짓으로 흘러 넘쳤다. 거짓은 다양한 징조로 나타난다. 그 징조를 적확하게 표현하는 것은 어렵지만, 스노우는 ‘알다’라는 방식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알다‘가 마유기의 증상에 의한 것인 줄, 처음에는 몰랐다. 그때까지는 아주 사이가 좋은 어머니와 아버지였다. 두 사람의 딸로 있는 것이 행복하기 그지 없었다. 신님 고마워요, 이런 부모님..
-
만나서 반가워feat. 릴리 ———쿠즈키 아키라 어째서 나는 정신을 잃었던 걸까. 이제까지의 일은 희미해서 잘 떠오르지 않는다. 침대 위에서 눈을 뜨자, 시야에는 한 명의 소년이 보였다. 촉촉한 긴 속눈썹. 백자 같은 피부에 얇은 입술. 내 얼굴을 꼼꼼하게 관찰해온다. 그 얼굴이 지나치게 가까워서 무심코 몸을 뒤로 젖히게 되었다. “뭐야, 모처럼 도와준 건데. 뭐 됐어. 나는 팔스야.” 나보다 조금 어린 남자애로 보인다. “만나서 반가워.” 팔스는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반가워.” “진짜 첫인사는 정말 기분이 좋아.” 하고 있는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너, 이름이 뭐야?” “이름?” “그래, 너도 이름 정도는 있을 거 아냐?” “이름……어 그러니까, 내 이름은……” 떠오르지 않아. 나는 어떤 ..
-
모든 소녀들을 위해서. 모든 소년들을 위해서. 언젠가 소녀였던 자들을 위해서. 언젠가 소년이었던 자들을 위해서. 지금도 소녀로 있을 그녀들을 위해서. 지금도 소년으로 있을 그들을 위해서. 일찍이 꽃피웠던 이야기를——— -prologue- 와그 부부의 반생 ———스에미츠 켄이치 “비를 맞으면 감기에 걸려버릴 거야.” 소녀는 말했다. 말과는 정반대로 비는 내리고 있지 않았지만, 소녀의 눈빛은 흠뻑 젖어 있는 듯 했다. 그 소녀가 부모의 앞에서 모습을 감춘 뒤 이미 5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있었다. * * * * * 와그 부부에게 있어서는 염원하던 첫째 아이였다. 그건 염원이라고 하기 보다 비원(悲願)이라고 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동갑에 같은 마을에서 태어나 남매처럼 자라온 와그 부부. 어른이 되고 그..
-
하로 이야기도 많이 하는 것 같아서 번역한 건데, 어쩐지 다른 이야기가 더 많은듯한....(...).... 특히 앞부분은 거의 난바상에 대한 이야기라ㅋㅋㅋㅋㅋ하로 이야기 보실거면 중반쯤부터 보셔도 될 듯 note 매거진 "층쿠의 초 프로듀서 시점!". 이번 회의 대담 게스트는 음악 라이터 난바 카즈미상입니다. AKB48이나 모모크로클로버Z가 대두된 2010년대부터, 하로프로젝트를 싲가으로 여러 아이돌의 취재를 하고 있는 난바상. 자신도 레이블 "PENGUIN DISC"를 주재하여, 음악적인 측면에서 하로프로의 매력을 말하고 있습니다. 난바상의 음악 뿌리를, 층쿠상이 끌어냅니다. 층쿠 이렇게 만나는 건, 몇 번째지? 난바 몇 번째일까요......처음은 "뮤직 매거진"의 "아이돌 송 크로니클 2002-201..